디노 이야기

나의 오래된 물건 – 연필꽂이

이 포스트는 1주 1회 글쓰기 시리즈의 6번째 글입니다.

나는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만큼이나 오래된 내 물건에 대해 소중히 생각하며 다룬다. 문득 그런 물건들이 어떤 게 있을까 하고 방안을 뒤지다가 이것들이 내 손에 떠나기 전에 기록으로 남기고자 펜을 아니 키보드를 두드린다.

연필꽂이

이 작은 연필꽂이는 겉면에 쓰여 있듯이 올해로 30년이 되는 물건이다.
나는 다른 아이들처럼 유치원을 다니지 않았다.
어렸을 적부터 내성적인 성격을 고치기 위해 부모님께서는 동네 웅변학원에 보내셨다. 지금도 학원 이름을 잊지 않고 있는데, 추억할 만한 물건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단장웅변학원’

이 학원은 연산초등학교 맞은 편의 3층 건물(아마도)에 있었는데, 내 기억으로는 빨간 벽돌 건물로 1층에는 산부인과가 있었고 학원은 2층에 있었다.
(지금은 십수 년 전 도로를 넓히면서 사라졌다)

웅변학원이지만 미취학 아동이었던 나는 산수부터 해서 다양한 과목들을 들었고 물론 웅변도 배웠고, 단상에 올라 웅변을 하던 기억도 떠오른다. 하지만 어떻게 웅변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지금과 마찬가지로 사람들 앞이라는 부담 때문에 제대로 발표는 못 하지 않았나 싶다.

매번 점심은 학원 여 선생님께서 직접 밥통에 밥을 지어서 먹었는데, 점심시간이 되어갈 때쯤이면 고소하고 향긋한 밥 냄새가 학원 내부를 가득 채웠고 매일 따뜻한 점심을 먹었다.

학원 수업이 마치면 봉고차(정말 봉고)로 집까지 데려다주시는데 어느 날은 다른 친구들이 집으로 가고 난 후 선생님과 집에 갔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아마도 엄마가 무슨 일이 있어서 집에 계시지 않아 늦게 집으로 가지 않았을까?

저 연필꽂이는 이 학원에서 도자기 굽는 곳으로 견학을 하러 갔다가 받은 물건이다. 엄마랑 갔었는데, 저 꽃그림은 엄마가 그렸고, 이름과 이상한 모양의 그림(아마도 자동차)은 내가 그렸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악필.

회사생활을 시작하고 서울/경기로 올라오면서 내 공간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챙긴 물건이다. 행여나 깨질까 싶어 뽁뽁이로 단단히 감싸서 들고 왔는데, 다행히 아직까지 내 책상 위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 때문에 30년이 지난 희미한 기억이지만 지금까지 내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지 않나 싶다.

내가 죽으면 같이 묻힐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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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노

2006년부터 블로그를 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오지는 않지만 혼자 이 드넓은 인터넷 세상에서 작은 공간을 꾸며가고 있습니다.

8 Comments

  1. 다양한 이야기를 갖고있는 연필꽂이네요 ㅎㅎ 아직도 간직하고 계시다니 대단해요! 저도 예전 물건들을 우연히 찾으면, 곧 그 당시의 일들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기곤 한답니다.

    1.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중한 물건이라 가끔 손때도 묻혀주곤 한답니다. ㅎㅎ

  2. 애정하는 오래된 물건에 대한 글이라 공감하며, 재밌게 보았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빈티지 팩토리’란 책이 생각나네요 ㅎㅎㅎ

    1. 엇 어떤 책인지 찾아보야겠네요. 뭔가 제목부터가 흥미있어 보입니다.
      댓글 감사드립니다.

  3. 정말 귀한 물건이네요! 저도 저와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물건들 좀 찾아봐야겠어요~!!

    1. 미니멀리즘이 유행이긴한데 이런 물건들은 절대 못 버리겠네요. ㅎㅎ 단순한 물건의 차원을 넘어섰으니까요.
      댓글 감사합니다.

  4. 옛추억을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추억이 될 만한 물건들은 잊지않고 간직해야겠어요 ㅋㅋ

    1. 그렇게 정말 필요한 것과 아닌 것을 나누면서 불필요한 물건들을 정리해야겠어요. ㅎㅎ
      댓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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